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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자녀에게 용돈을 보내는 부모들이 있다. 결혼한 자녀에게, 직장을 다니는 자녀에게, 심지어 환갑이 넘은 자녀에게도 용돈을 준다. 그렇게 보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 채, 주는 행위 자체로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KBS2 ‘대화의 희열3’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식이 나랑 분리된 나랑 다른 인격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자녀를 독립된 존재로 보지 못하는 부모일수록 용돈이라는 돈 앞에서 관계를 왜곡한다. 그의 통찰에 비추어 보면, 용돈을 주는 부모가 빠지기 쉬운 착각 세 가지가 보인다.
3위 – 용돈을 주면 관심을 표현한 것
부모들은 용돈을 보내면서 자녀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돈을 부치는 행위가 곧 애정의 증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용돈만 보내고 대화는 나누지 않는 관계에서, 자녀는 부모를 ATM처럼 느낀다.
오은영 박사가 강조한 ‘분리된 인격체’라는 말은 자녀를 부모 마음대로 해석하지 말라는 뜻이다. 용돈으로 관심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모는 자녀의 진짜 필요를 외면한다. 자녀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자신을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태도일 수 있다.
용돈을 주더라도 자녀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요즘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떤 일이 힘든지 묻는 대화 없이 보낸 돈은 감정을 회피하는 도구가 된다.
2위 – 용돈으로 자녀의 선택을 조종할 수 있다
용돈을 주면서 조건을 거는 부모가 있다. “이번 달엔 좀 적게 쓰고”, “그 친구는 만나지 마”, “그 돈으로 주식 하지 마” 같은 말을 덧붙인다. 용돈이라는 이름 아래 자녀의 결정권을 통제하려 든다.
자녀는 이미 독립된 인격체다. 부모가 준 돈이라 해도, 어떻게 쓸지는 자녀의 몫이다. 용돈에 간섭을 끼워 넣는 순간, 그것은 선물이 아니라 거래가 된다. 부모는 돈을 주고 통제력을 사려 하고, 자녀는 그 돈을 받으며 죄책감을 느낀다.
용돈을 줄 거라면 온전히 주어야 한다. 자녀가 그 돈을 어디에 쓰든, 실수하든, 낭비하든 그것은 자녀의 삶이다. 부모가 할 일은 조언할 권리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녀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1위 – 용돈을 끊으면 관계가 끊어진다
많은 부모가 용돈을 관계의 끈으로 착각한다. 용돈을 보내야 자녀가 연락하고, 명절에 집에 오고, 부모를 기억할 거라고 믿는다. 용돈을 멈추는 순간 자녀가 멀어질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돈으로 유지되는 관계는 진짜 관계가 아니다. 오은영 박사가 말한 ‘분리된 인격체’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녀가 부모 없이도 설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용돈이 없어도 자녀는 부모를 찾아올 수 있다. 그렇게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관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용돈을 끊는 게 냉정한 게 아니다. 오히려 자녀를 한 사람으로 대우하는 일이다. 부모가 용돈 없이도 자녀를 신뢰할 때, 자녀도 비로소 부모를 의무가 아닌 사람으로 본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다음 용돈을 보낼 때, 금액을 정하기 전에 자녀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요즘 어때?”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답을 듣고 나서 용돈을 보내든 보내지 않든, 그때는 적어도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마주한 뒤의 결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