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교수가 말한 노후 대비 필수 관계 1위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개 재정 계획부터 세운다. 연금을 얼마나 받을지,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낼지, 집은 줄일지 말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정작 노년의 삶을 채울 내용물에 대해서는 막연하다. 돈은 준비했는데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이 없다면, 그 노후는 얼마나 쓸쓸할까.

숭실사이버대 교수이자 노년상담가인 이호선은 “나이 들수록 모든 걸 줄여도 관계만큼은 줄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도 줄이고, 물건도 줄이고, 욕심도 줄이는 게 노년의 지혜지만, 사람만큼은 예외라는 뜻이다. 그의 이 말에 비추어 보면,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관계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3위 – 취미 모임 친구

중년까지는 직장 동료나 학부모 모임처럼 ‘역할’로 맺어진 관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이런 관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명함을 내려놓으면 연락이 뜸해지고, 아이가 졸업하면 학부모 단체방도 조용해진다.

이때 남는 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으로 연결된 사람들이다. 등산 모임, 사진 동호회, 독서 클럽처럼 같은 취미를 나누는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도 만날 이유가 생긴다. 은퇴 후 일주일이 텅 비었을 때,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 하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삶의 밀도를 완전히 바꾼다. 관계를 줄이지 말라는 말은, 이런 사람들과의 연결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2위 – 오래된 친구

나이가 들면 새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실제로 그렇다. 서로의 과거를 모르는 상태에서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래서 젊을 때 함께했던 친구의 가치가 더 빛난다.

오래된 친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내가 어떤 집안에서 자랐고, 어떤 실패를 겪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그 친구 앞에서는 지금의 직함이나 재산이 중요하지 않다. 그냥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노년상담가로 일하며 수많은 노인을 만난 이호선이 관계를 줄이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들수록 자존감은 흔들리기 쉽다. 그럴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오래된 친구 한 명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버틸 힘이 생긴다.

1위 – 가족 안의 대화 상대

가족은 노년에 가장 가까이 있는 관계다. 하지만 가까이 산다고 해서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 시간에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동거일 뿐 관계가 아니다.

노후 대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가족 안에서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배우자일 수도 있고, 성인이 된 자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있느냐다. “오늘 뭐 했어?”가 아니라 “요즘 네 마음은 어때?” 같은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 말이다.

나이가 들면 몸은 불편해지고, 외출은 줄어든다. 그때 곁에 남는 사람은 결국 가족이다. 그러나 평소 대화가 없던 가족은 위기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로하지 못한다. 이호선이 말한 “관계를 줄이지 말라”는 가르침은, 무엇보다 가족 안에서 먼저 실천되어야 한다.

오늘 저녁, 가족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안부를 묻고,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5분만 들어보자.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괜찮다. 관계는 이런 작은 연결의 반복으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