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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다. 평생 모은 돈, 오래 살아온 집,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있다는 사실이 노후를 지탱하는 힘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내 손안에 있다고, 내가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손웅정 감독은 세 아들을 모두 프로 축구선수로 키운 지도자다. 그는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능도, 성취도, 지금 손에 쥔 것도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말은 중장년의 자산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3위 –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
부모는 자식을 위해 집을 사고 저축을 한다. 그 돈이 언젠가 자녀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그 재산을 실제로 쓰는 사람은 부모 자신이 아니다. 자녀가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물려주는 순간 그것이 어떻게 쓰일지 부모는 통제할 수 없다.
손웅정 감독의 말대로 그 재산은 애초에 온전히 부모의 것이 아니었다. 시대와 운이 맞아떨어져 모을 수 있었고, 건강이 허락해 지킬 수 있었을 뿐이다.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마음은 소중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성취로 착각하는 순간 집착이 생긴다. 재산은 흘러가는 것이고, 부모가 할 일은 그저 잘 관리하다가 건네주는 것뿐이다.
2위 – 평생 쌓은 경력과 명예
오랜 직장 생활, 쌓아온 직급, 받아온 대접이 있다. 사람들은 그 경력을 보고 존중했고, 그 명함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은퇴 후에도 그 시절의 권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낀다. 한때 몸담았던 조직의 이름이 아직도 자신을 설명해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경력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조직은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지고, 과거의 직함은 현재의 관계에서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손웅정 감독의 말처럼 그 모든 것은 주어진 것이었다. 운이 좋아 그 자리에 있었고, 시대가 맞아 인정받았을 뿐이다.
명예를 내 것이라 착각하면 끝없이 과거를 들먹이게 된다. 지금 내가 누구인지보다 예전에 무엇이었는지를 더 자주 말하게 된다. 경력은 이력서에 남겨두고, 지금의 관계에서는 그저 한 사람의 이웃으로 서는 편이 낫다.
1위 – 지금 살고 있는 건강한 몸
아침에 눈을 뜨고, 계단을 오르고, 밥을 먹고, 산책을 나간다. 이 모든 일상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니 마치 내가 완전히 소유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건강은 자산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내 것이 아닌 것이다.
심장은 내가 명령하지 않아도 뛰고, 폐는 잠들어 있을 때도 숨을 쉰다. 혈관은 스스로 늙어가고, 관절은 시간이 지나면 닳는다. 아무리 잘 관리해도 언젠가는 예고 없이 무너진다. 손웅정 감독이 말한 대로 이 몸은 주어진 것이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건강을 내 것이라 착각하면 함부로 쓴다. 무리해도 괜찮다고, 조금 더 버텨도 된다고 믿는다. 반대로 건강이 빌린 것임을 인정하면 조심스러워진다. 매일 조금씩 몸을 돌보고,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귀 기울이게 된다.
오늘 저녁 침대에 눕기 전, 몸 어디 한 곳에 손을 얹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무릎이든 어깨든 가슴이든, 그곳이 지금 이 순간 움직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본다. 내 것이 아니기에 더 소중하고, 언젠가 돌려줘야 하기에 더 감사하다. 그 작은 확인이 내일 아침 몸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