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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창 모임에만 나가도 자산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누구는 아파트를 몇 채 갖고 있다, 누구는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식이지요. 그런 자리에서 돌아오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합니다. 나는 왜 이만큼밖에 안 되나, 더 모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연세대 명예교수로 107세까지 강단에 섰던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한 세기를 살아온 지혜가 담긴 이 말은, 우리가 어떤 수준의 자산을 가져야 행복한지를 새롭게 생각하게 합니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행복한 자산 수준은 다음 순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3위 – 생존 불안을 해소하는 수준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자산은 생존 불안을 없애는 수준입니다. 내일 먹을 것, 이번 달 집세가 걱정되는 상태에서는 정신적 여유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형석 교수가 말한 ‘중산층’은 단순히 통계적 중위를 뜻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 안정을 확보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수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과 지방 소도시에 사는 사람의 기준이 다르고, 부양 가족의 수에 따라서도 달라지지요.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한 순위가 아니라, 내 가정이 생존 불안 없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토대 위에서만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2위 – 타인과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
두 번째는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수준입니다. 동창 모임에서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SNS에서 누군가의 화려한 여행 사진을 봐도 초라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김형석 교수가 강조한 ‘중산층에 머물면서’라는 표현은, 상류층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 수준에 도달하면 자산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더 큰 집, 더 비싼 차를 향한 욕망이 줄어들고, 그만큼 마음의 자유가 생기지요. 역설적이게도 이 자유는 돈을 더 많이 모아서 얻는 게 아니라, 비교하는 습관을 내려놓을 때 찾아옵니다. 적당한 자산과 평온한 마음이 만날 때 비로소 행복의 문턱을 넘게 됩니다.
1위 – 정신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수준
가장 행복한 자산 수준은 정신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상태입니다. 김형석 교수가 말한 ‘정신적 상위층’이 바로 이것이지요. 책을 살 여유, 좋은 공연을 볼 여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여유가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물질적 부족 때문에 정신적 성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입니다.
이 수준의 자산은 금액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월 200만원으로도 책을 사고 전시회를 다니며 정신적 풍요를 누리고, 어떤 사람은 월 500만원을 벌어도 물질적 소비에만 쓰느라 정신은 빈곤합니다. 정신적 상위층이란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돈을 정신적 성장에 쓸 줄 아는 사람입니다.
107년을 살며 수많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본 철학자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재산은 중간 정도면 충분하고, 정신은 최상위를 지향해야 행복하다는 것이지요. 이 가르침을 따르려면 자산 목표부터 바꿔야 합니다. ‘얼마를 모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돈으로 어떤 정신적 경험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겁니다.
오늘 저녁,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대신 서점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한 달에 한 권씩 좋은 책을 사서 읽는 습관, 그것부터가 정신적 상위층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자산의 크기는 중간이어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정신적 풍요를 누리는 법을 알면, 당신은 이미 가장 행복한 수준에 도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