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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몇 년이 지나면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에 빠집니다. 젊어서는 매달 월급이 들어왔고, 그 안에서 지출을 조절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정기적 수입이 끊기고 나면 통장 잔액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집니다. 돈이 줄어드는 속도가 보이고, 그때부터 불안이 찾아오지요. 아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까지 움츠러듭니다.
전국시대 사상가 맹자는 『맹자』 양혜왕상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 항산무항심(恒産無恒心)이라는 이 말은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면 사람의 마음도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맹자는 백성이 안정된 삶을 누리려면 먼저 안정된 생계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가르침을 오늘날 중장년의 삶에 비추어 보면, 60살 이후 지켜야 할 자산의 의미가 달리 보입니다.
3위 – 흔들리지 않는 현금 흐름
맹자가 말한 ‘항산(恒産)’은 단순히 많은 재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계 수단을 뜻합니다. 오늘날로 치면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 즉 현금 흐름입니다. 통장에 목돈이 있어도 매달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불안은 계속됩니다. 반대로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 있으면 마음이 달라지지요.
국민연금, 개인연금, 월세 수입, 배당금처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의 총합을 점검해 보십시오. 이것이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부족하다면 목돈의 일부를 연금형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핵심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매달 얼마가 들어오느냐’입니다.
2위 – 줄어들지 않는 건강 자산
맹자는 ‘항심(恒心)’, 즉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안정된 생업에서 나온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마음을 흔드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건강입니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병원비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건강은 ‘줄어들지 않는 자산’입니다. 유지하고 관리하면 오히려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밑천이 되지요. 규칙적인 운동, 정기 검진, 적정 체중 유지 같은 일은 지루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확실한 자산 관리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경제적 기반도, 마음의 평온도 함께 무너집니다. 맹자의 말처럼 ‘항산’이 흔들리면 ‘항심’도 흔들리는 법입니다.
1위 – 의미 있는 일상의 구조
맹자가 강조한 ‘생업’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에게 일정한 역할과 리듬을 주는 삶의 구조 자체였습니다. 일이 있으면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생기고, 하루를 채울 활동이 생기고, 누군가와 관계 맺을 기회가 생깁니다. 이것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토대가 되지요.
은퇴 후 많은 분들이 시간은 많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때 필요한 자산은 ‘의미 있는 일상의 구조’입니다.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동호회 활동, 매주 정해진 날 나가는 봉사, 손주를 돌보는 일, 텃밭을 가꾸는 일 모두 ‘생업’의 현대적 형태입니다. 중요한 건 일주일의 리듬이 생기고,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경제적 자산만 챙기고 이 부분을 놓치면 통장 잔고는 넉넉해도 마음은 텅 빈 상태가 됩니다. 맹자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항산과 항심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일정한 구조 속에서 의미 있는 하루를 사는 것, 그 자체가 가장 귀한 자산입니다.
오늘 저녁, 수첩을 펴고 다음 주 일정을 한번 적어 보십시오. 매주 반복되는 활동이 하나라도 있는지,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비어 있는 칸이 많다면, 작은 것 하나를 채워 넣어 보십시오. 동네 도서관 방문이든, 친구와의 산책이든 상관없습니다. 그 작은 일정 하나가 당신의 ‘항산’이 되고, ‘항심’을 지키는 첫걸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