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솔리다임 해외상장 논란, 개인투자자 항의 문자가 여당 정치 부담으로 번진 이유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밀리며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시가총액 2위 기업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해외 상장 추진이 예상치 못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 손실에 분노한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여당 의원실로 집중되면서, 증시 정책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방어 국면에 몰린 것이다.

10월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57% 급락한 5554.22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 주가는 11% 이상 폭락하며 시장 충격을 증폭시켰다. 촉발 요인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 사업부 인수로 설립한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 소식이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현실화되는 대목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개인투자자들의 항의 문자가 쏟아졌다. “자회사를 해외에 올리는 중복상장을 그대로 두고 보냐”, “과거 LS 사례처럼 적극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위 의원들은 급히 대응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한 의원은 “해외 상장이라도 주식 가치 희석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금융당국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의원 역시 “제도적 페널티 부과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나 정책당국이 개별 기업 경영 판단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해관계자인 주주들 사이에서 논쟁해야 할 사안”이라는 원칙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적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 9000 돌파 당시 여당이 취했던 태도가 자리한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상승을 정부와 여당의 성과로 적극 부각했다. 일부 의원은 청와대 초청 오찬에 참석해 증시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수가 급락하고 개별 종목 논란이 불거지자 여당은 “개별 기업 경영 판단”이라는 논리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승기엔 성과를 챙기고 하락기엔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건은 제도적으로 중복상장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손자회사이며 해외 시장 상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실질적 지분 가치 희석 효과는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LS그룹 계열사가 유사한 방식으로 해외 상장을 추진했을 때 금융당국과 국회가 강하게 제동을 건 사례가 있기에, 이번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 정치적 신뢰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스피가 6월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보호 정책이 실효성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경우 여당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 쟁점은 금융당국과 국회가 해외 상장에 대한 규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그리고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시장 안정화와 개인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증시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